기억의 오류
위험한 독서 / 김경옥 (릴케의 '엄숙한 시간'과 황지우의 '눈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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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p158.
지금 세계의 어디선가 울고 있는 사람
세계 속에서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울고 있다
지금 밤의 어디선가 웃고 있는 사람
밤중에 까닭 없이 웃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웃고 있다
지금 세계의 어디선가 걷고 있는 사람
세계 속에서 까닭 없이 걷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나를 향해 걷고 있다
지금 세계의 어디선가 죽고 있는 사람
세계 속에서 까닭 없이 죽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죽고 있다
위험한독서 p158
김경옥의 <위험한 독서>를 읽고 있다.
기억과 사실의 경계가 틀어졌음을 발견한 것은
평소 외우고 다녔던 시였다.
릴케의 <엄숙한 시간>의 마지막 연의 마지막 행이었다.
원문의 마지막 행은 "그 사람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인데,
기억 속에는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죽고 있다"로 저장된 것이다.
정확한 사실이라고 믿었던 기억의 오류.
<위험한 독서>처럼 나에게도 오류난 기억이 있었다.
황지우의 <눈보라>이다.
슬픔은 왜 독이고,
희망은 어찌하여 광기인가
황지우의 "눈보라"를 놓아했기에
외우고, 낭송하는 것을 즐겨했었다.
내가 "눈보라" 전문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음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자신있게 암송하게 써놓은 <눈보라>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슬픔은 왜 독이고,
사랑은 어찌하여 광기인가
<희망>과 <사랑>의 착각.
정확하다고 믿었던 기억의 오류를 발견하는 순간
밀려오는 수치심은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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