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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위험한 독서 : 기억의 오류 (릴케 / 엄숙한 시간, 황지우 / 눈보라)

by 이야기맨 2013.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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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오류

위험한 독서 / 김경옥 (릴케의 '엄숙한 시간'과 황지우의 '눈보라')

 

위험한 독서 - 2009년 제4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국내도서
저자 : 김경욱
출판 : 문학동네 200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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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p158.

 

지금 세계의 어디선가 울고 있는 사람

세계 속에서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울고 있다

 

지금 밤의 어디선가 웃고 있는 사람

밤중에 까닭 없이 웃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웃고 있다

 

지금 세계의 어디선가 걷고 있는 사람

세계 속에서 까닭 없이 걷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나를 향해 걷고 있다

 

지금 세계의 어디선가 죽고 있는 사람

세계 속에서 까닭 없이 죽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죽고 있다

 

 

위험한독서 p158

 

김경옥의 <위험한 독서>를 읽고 있다.

기억과 사실의 경계가 틀어졌음을 발견한 것은

평소 외우고 다녔던 시였다.

릴케의 <엄숙한 시간>의 마지막 연의 마지막 행이었다.

 

원문의 마지막 행은 "그 사람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인데,

기억 속에는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죽고 있다"로 저장된 것이다.

 

 

 

 

정확한 사실이라고 믿었던 기억의 오류.

<위험한 독서>처럼 나에게도 오류난 기억이 있었다.

황지우의 <눈보라>이다.

 

슬픔은 왜 독이고,

희망은 어찌하여 광기인가

 

황지우의 "눈보라"를 놓아했기에

외우고, 낭송하는 것을 즐겨했었다.

내가 "눈보라" 전문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음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자신있게 암송하게 써놓은 <눈보라>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슬픔은 왜 독이고,

사랑은 어찌하여 광기인가

 

<희망>과 <사랑>의 착각.

정확하다고 믿었던 기억의 오류를 발견하는 순간

밀려오는 수치심은 거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