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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14_환경조경대전] 조경, 복지를 디자인하다

by 이야기맨 201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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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조경대전 2014년 주제는 "공공복지"입니다. "조경"과 "공공복지" 가깝다면 더없이 가깝고 멀다면 더없이 먼 개념들인 것 같습니다. 마땅하게 떠오르는 생각도 없고.... 마침, 환경뉴스에서 2013년 5월 28일자 기사가 있어서 조심스레 옮겨봅니다. 이 기사는 2013년 5월 17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세미나를 바탕으로 환경일보 김경태 기사님의 글입니다. 원문의 출처는 http://www.neins.go.kr:2008/etc/envnews/index.asp?mode=view&seq=4380 이오니 먼저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14_환경조경대전] 조경, 복지를 디자인하다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지난 대통령 선거의 승패를 가늠한 것은 바로 ‘경제 민주화’였다. 또한 지금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여·야, 대기업과 중소기업, 산업계와 시민으로 나뉘어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소득 간 격차 심화와 불공정한 하도급관계 등 20세기 성장 위주 정책이 몰고 온 폐해를 어떻게 하면 극복할 것인가가 주요 화두다.

환경분야에서도 복지가 대세다. 환경부는 최근 매체 중심에서 수용체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했다. 토양, 대기, 수질 등을 관리하는 ‘매체’ 중심이 아니라 환경의 수혜자인 국민을 위한 환경, 즉 환경복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환경부뿐만 아니라 서울시 역시 과거 ‘한강르네상스’로 대표되는 대규모 사업 위주에서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처럼 시민의 참여와 협력을 넘어 시민이 주도하는 공원 만들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조경이 고작 화장술인가?”


1990년대까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공공성이 실종됐다는 비판을 받아 왔던 조경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근대 조경과 이전의 조경을 가르는 이념적 경계선‘공공성’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배정한 교수는 “과거에는 조경이 건설과 개발의 면죄부 역할을 했고 장식술, 화장술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라며 “한국에서 조경과 아파트 시장의 활황은 도시개발사업에서 공공성 상실과 불평등한 경관을 양산했다”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환경 관련 법제를, 2000년대에는 경관 관련 법제를 광범위하게 정비했지만 거시적 차원에 그쳤을 뿐 국민 개개인의 환경적 욕구에 부응하지 못해 지역 간, 계층 간 환경적 불평등은 여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공원조성률을 자치구별로 비교해보면 최상위 종로구(61.17㎡/인)와 최하위 동대문구(2.90㎡/인) 간 1인당 공원면적은 무려 21배나 차이가 난다.

동아대학교 조경학과 김승환 교수 역시 “안타깝지만 조경분야는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 영역의 확장이나 기술개발 인접분야와 통섭 노력이 부족했다”라며 “시민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했고 체계적인 공공 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도 넉넉하지 못했으며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나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강변도로 지하화에는 추가공사비 600억원이 필요했고 부산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김 교수를 포함한 시민들이 모여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고 부산시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오랜 기간의 설득 끝에 부산시의 계획변경을 이끌어 내 도로의 1㎞를 지하화하고 상부공간을 공원으로 만들었다.

현재 지하차도 위에는 3만평에 달하는 수변공원인 ‘APEC 나루공원’이 조성됐으며 이곳은 부산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이 됐다. 단기적으로는 추가 예산이 필요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관가치를 높여 큰 이익을 거둔 것이다.

이에 고무된 부산시는 2020년을 목표로 연어가 돌아올 수 있는 하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약 9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영강 연어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강을 경계로 남과 북 모두 강변도로와 아파트로 가로막힌 서울과 매우 대비되는 사례다. 



트러스트 운동도 활발

트러스트 운동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운동은 1895년 영국에서 시작됐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투입해 자연 및 문화유산지역의 땅 혹은 시설을 사들이고 나서 영구히 보전하자는 자연환경보전운동이다.

이 운동은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초등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기금으로 자신의 환경을 지킨다는 적극적인 참여의식을 키운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장래 파괴될지 모르는 귀중한 환경을 미리 앞서서 보전해 나간다는 선견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트러스트 운동을 벌이고 있다. ‘100만평 문화공원조성 범시민협의회’는 ‘공원 1평’ 기금모금운동을 통해 1만3400여평의 공원부지를 사들였다. 난개발 우려가 있고 앞으로 공원용도로 필요한 지역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리 확보해 환경 훼손을 막은 것이다.

기금으로 사들인 부지 일부는 2005년에 부산시에 기부됐고 2007년에는 나머지 일부가 ‘자연환경국민신탁’에 신탁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자연환경국민신탁법에 의해 ‘자연환경국민신탁 보전재산 1호’로 등록됐다. 당시 언론은 ‘아름다운 알박기’, ‘착한 알박기’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 운동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자연환경국민신탁’과 ‘내셔널트러스트’가 활동하고 있다.


그린 어메니티를 지향하다

조경 분야 전문가들의 조직적인 움직임도 시작됐다. 올해 2월 서울대학교에서 정년 퇴임한 임승빈 명예교수는 대한민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조경 복지를 위한 조경계의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을 설립했다.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은 이름 그대로 조경 전문가들의 나눔 참여를 지향한다.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은 대부분 예산 문제가 따르게 되는데 전문가 그룹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발굴하고 재능기부를 통해 예산을 절감한다면 전문가의 사회적 책무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연구원은 소외계층의 그린어메니티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지원이 핵심적 사업이고 이에 더해 조경나눔 관련 연구, 교육 그리고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홍보 등을 수행하고 있다. 


어메니티(amenity)의 어원은 ‘amare’로, 사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공복지와 연관된 환경 목표이며 내면에 푸근한 사랑이 살아있는 생명의 뜻을 담고 있다. 어메니티는 환경을 넘어서는 사상으로 ‘자연, 환경, 사랑, 공존’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창립 첫해인 올해에는 ‘이화동 골목길 가꾸기 봉사’, ‘복지시설 조경봉사’, ‘시민조경아카데미’ 등을 서울시와 기업 그리고 대학생들의 후원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5월27일에는 ‘녹색복지와 조경나눔’을 주제로 개원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아울러 ‘녹색나눔신문고’를 통해 시민 누구나 연구원에 전문가의 재능기부, 사회봉사를 요청할 수 있다. 동네 골목길, 자투리땅, 옥상정원, 도시텃밭 등 경관복지 향상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가능하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 수개월 만에 매월 정기 후원자가 100명에 가까울 정도로 늘었고 기업들도 프로젝트 후원에 나서는 등 조경분야 및 사회 각 분야에서 관심과 후원을 보내고 있다.

임승빈 원장은 “앞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후원자 모집에 적극적으로 전개해 장기적으로는 정기후원자 2000명을 달성해 지속가능한 환경조경나눔활동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를 아름답게 디자인하라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조경 역시 복지와 나눔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관 주도이건, 시민 중심이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전문가 참여다. 바람직한 미래의 방향 설정이나 대안 제시, 예측과 대안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사회적 참여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와 관련 배정한 교수는 “조경 나눔은 건강, 안전, 복지 등의 사회적 가치를 구체적 설계 행위를 통해 구현하는 행위”라며 “디자인의 질을 잃지 않는 사회적·공공적 조경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승환 교수는 “조경인은 환경을 아름답게 만들고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뼈 있는 비판을 던졌다.  


출처:2013.05.28. 환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