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일이었다. TV를 보며, 그것도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좀처럼 흐르지 않던 눈물이 나왔다. 왜 우는지 조차 모를 만큼 당혹스러웠다. 웃음이 감동이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명작은 코메디보다 장엄한 비극이 많다. 웃음은 가볍고, 슬픔은 무겁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슬픔과 눈물은 감동이 아닌 구차한 것이 되었고, 웃음은 감동이 되었다. 억지스레 질질 눈물 짜게 만드는 스토리보다 어리숙한 솔직함들이 관객들에게 다가섰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특집이 웃음의 감동을 잘 보여주는 편이 아닐까 싶다. 어리숙한 몸짓과 조금도 멋지지 않은 몸매를 보며 엉엉 울고 말았던 무한도전 프로레슬링은 아직도 무한도전 레전드로 항상 입에 오르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흔드는 프로그램이 바로 무한도전이다. 그리고 무한도전의 성공으로 TV 예능의 판도가 바뀐다. 예전에는 기획된 연출로 웃음을 쥐어짜내는 구조였다면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티라는 컨셉을 제시한 것이다. 초창기 무한도전을 보면 촌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생각을 해보았으나 그 누구도 실행해본 적이 없는 무모함들을 그들은 시도 가치가 있는 도전이라며 진땀을 흘리며 정열을 불태운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공감을 하며 즐거워 한다. 초반에는 몸으로 도전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인기에 힘을 입어 점점 스케일이 커진다. 무한도전의 시기도 개별 프로그램 녹화 시간에 맞추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크게 변화한다. 그 결과 레전드가 된 특집이 바로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편이다.
프로레슬링은 커녕 운동과는 오랫동안 담을 쌓아온 몸꽝으로 눈물 겨운 사투를 벌인다. 기술 하나 하나를 배워서 성공을 할 때마다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준다. 비록 운동 신경을 타고 나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실행을 한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무한도전 멤버들이 심어준 것이다. 만약 그들이 프로그램 인기를 위해 힘들어하는 표정을 연기했다면 결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리얼이라는 말은 진짜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국밥 한 그릇을 먹을 때도 원조 국밥을 찾아다녀야 하는 것처럼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짝퉁, 이미테이션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적당한 속임수와 간편한 모조를 통해 쉽게 리얼인 척 속여도 괜찮은 세상이 되어 버렸다. 속지 않기 위해 검색을 하고, 주변 사람들의 말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세상 속에 그들이 몸으로 보여주는 리얼은 웃음을 넘어 감동을 준다. 이쯤하면 무한도전을 보며 엉엉 울었던 나의 눈물에 대한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눈물의 기억은 여전히 길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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