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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미술시간 만이 학창시절 유일한 탈출구였다.
한때는 재능이 있음을 자부했다.
그래서 일찍 포기해버린 꿈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이루지 못했던 첫사랑처럼
멀어짐을 인정하지 못하고, 붙잡고 있다.
결국 어리석은 길임을... 알고 있지만...
아직 그 끝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고집스레 걸음을 더 내딛고 있는지도 모른다.
달과 6펜스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이제는 자부했던 재능이 얼마나 미숙한지도 안다.
가보지 않았지만 충분히 예상되는 그 끝을
기어코 닿고 싶은 이 어리석은 욕망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 꿈틀거린다.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던 열정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나에게 손짓한다.
봄이 싫다.
비오는 밤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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