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 창비시선 * 정호승 * 밥값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하필 식당 화장실에서 정호승의 시집을 펼쳤던 것일까?
그리고 도대체 왜 이 식당의 주인께서는 많고 많은 시집들 중에 정호승의 밥값을
최소한의 안락함을 보장 받아 마땅한 화장실에 비치해두었던 것일까?
그 의도가 정말 고약하지 않는가!!!
밥값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호승은 이번 시집에서도 '스스로 빛나는 눈부신 아침 햇살'로 천지에 미만한 외로운 상처들을 어루만진다. 영롱하게 맺혔다가 스러지는 이슬이라면 어느 풀잎 위에선들 애틋하지 않으랴. 시인은 천성으로 따뜻한 사람이어서 흘러넘치는 눈물로 사랑의 꽃들을 피워내는 것이다. 그의 비애가 단순한 슬픔이나 한의 목록이 아님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사물과 사람을 끌어안는 시인의 열정은 세파를 견뎌오면서도 시들지 않았으니, 그의 시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첫키스의 입술처럼 파르르 떨리는 풋풋한 서정을 지켜내고 있다. 그러나 기울어진 세상의 수평을 바로잡으려 애쓰던 시인의 간곡한 결의와 노역은 이제 천의(天依)를 재단하는 자리에 섰으니, 의식의 바늘로 티없는 허공을 기워낸다. 이 시집을 순백처럼 지순한 그의 영혼의 기도로 읽어내는 것이 지나친 비약일 수 없겠다.
시인은 데뷔작에서 노래했던 '첨성대'를 이 시집의 마지막에 배치하고, 그 꼭대기에 걸터앉은 별밤지기 소년으로 다시 되돌아가서 밤새도록 눈을 바라보다 마침내 눈사람으로 돌아선다. 이 설정은 둘레를 둘러보던 시선을 심고, 자라고, 피어나고, 열매 맺고, 쳐다보는 수직의 시야로 펼쳐 존재의 궁극을 사색하는 모습으로 읽힌다. 이 시집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김명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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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커녕, 똥도 제대로 싸지 못했다.
출근하고 퇴근하듯이 지옥에 다녀오겠다는 말이 무서웠는지
아니면 지옥이라 가봐야 정신차리고 사람 노릇을 할 수 있음에 공감했던 것인지
줄기차게 뽑아져서 내려와야할 똥줄기가 맥없이 끊기고 멈추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멍하니 변기에 앉아 정호승의 시, 밥값을 꼽씹었다.
씹고 또 씹어도 소회를 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턱 하니 양심에 걸려 움쭐한 탓에
똥줄기가 멈췄던 것이다.
나도 지옥에 한번 다녀와야지
그제서야 비로소 밥값을 지불할 수 있지 않을까
어머니,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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