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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여, 생산적 잉여를 도모하다.
이야기

집이란 무엇일까? 행복한 집구경

by 이야기맨 2013.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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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집구경 / 로이드 칸

도대체 집이란 무엇일까?

 

 

어렸을 때부터 집을 짓기 좋아했던 것 같다.
한적한 공사판 같은 곳을 찾아 들어가 널빤지와 각목 등을 이용하여 아지트를 즐겨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아지트에 들어올 수있는 딱지 카드(지금으로 말하면 멤버십 카드)를 발급하여 조직을 키워가는 것을 좋아했다. 남의 밭에 들어가 옥수수, 고구마, 무 등을 서리해 와서 아지트 한 쪽 구석에 마련한 지하 냉온창고에 보관해서 조직원 등에게 나눠주는 리더십까지 발휘하곤 했었다.


하지만 허술한 아지트는 쉽게 망가졌었고 그럴 때마다 속상했었다. 돼지삼형제처럼 튼튼하고 멋진 아지트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비와 눈이 내리고 태풍이 몰아쳐도 부서지지 않고 외계의 우주정복자가 쳐들어와도 나를 지켜줄 수 있는 튼튼하고 멋진 아지트를 꿈꾸었다.

“행복한 집구경”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 꿈을 흔들며 깨운다. 곧 있으면 외계에서 무시무시한 외계정복자가 쳐들어오니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유년의 꿈을 잃어버린 나를 흔들며 재촉한다.

 

 

 

“지금 당장 할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나중에 할 시간은 생길까?
당신이 하거나 남이 하거나,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거나, 할 것이거나 못할 것이거나,
지금 하거나 못하거나 그 둘 중 하나이다.”
(루퍼스 토머스 / P335)

 

“행복한 집구경”은 ‘로이드 칸’은 31년 동안 세계의 가장 뛰어나고 특별한 「핸드빌트 집 (Handbuilt Shelter)」과 「빌더
(Builder)」를 직접 찾아다니며 탐구하고 기록하였다. 케이블로 강을 건너야만 하는 일본식 집, 비비 원숭이에게 지붕을 내준 남아공의 깊은 계곡 나체촌에 있는 돌집, 남중국해에 있는 다양한 레벨의 나무집, 네바다 사막에 있는 병집 등이 책에는 1,100여 장의 사진과 300개가 넘는 그림이 실려 있다.

또 지난 20여 년간 대중성을 확보한 코브, 페이퍼크리트, 대나무, 어도비, 스트로베일, 목조 뼈대, 흙자루 등의 자연 건축 재료를 다루고 있으며 건축물의 설계와 작업 과정을 더불어 소개하고 있다. (뒷면, 에서)

‘로이드 칸’은 다음은 같은 특징을 가진 손수 지은 건물들을 찾아 세계를 돌아다녔다.

① 장신 정신이 드러난다.
② 실용적이고 단순하고 경제적이고 유용하다.
③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한다.
④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린다.
⑤ 미적으로 뛰어나며 좋은 느낌을 준다.
⑥ 설계와 시공이 견고하다.
⑦ 자유롭고 창조적이다.

 

 

도대체 “집”이란 것은 무엇일까?
자산을 증식해주는 수단일까? 삶의 질을 구별 짓는 척도일까? 그렇다면 훌륭한 집에 사는 사람은 모두 훌륭한 사람일까? 옷 하나 신발 한 켤레를 신을 때는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려고 애쓰지만 왜 내 몸이 아늑하게 쉬어야할 집을 선택할 때는 단지 편리와 가치만 고려하는 것일까? 문득 추억의 개그가 떠오른다.

“식인종이 도시에 있는 아파트를 보고 뭐라 했는지 알아?”
“…… 뭐라 했는데?”
“자판기”

나는 또 꿈을 꾸고 있다.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집을, 독서토론, 마을 사람들과 지인들과 연습하여 연주회도 개최하고 락 음악에 신나게 막걸리를 한 손에 들고 정신이 혼미해질 때까지 헤드뱅을 흔들 수 있는 그리고 꼭 당구대가 놓여 있는, 그렇게 나를 닮은 집을 짓고 싶다는 꿈을 꾼다. 이 책 한 권에 담긴 괴짜들보다 더 많은 괴짜들이 지금 이 순간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자신을 닮은 집을 짓고 있을 것이다. 즐겁다는 것. 바로 그것이 좋은 집의 필요충분조건이지 않을까?

 

 

“집을 짓는 동안 개구쟁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또 기계화되고 부조리한 세상에 반항하는, 그러면서 겁 없고 단순해도 희망은 많으며,시골에서 자기 손으로 지은 작은 오두막에 살고 싶어하는 청소년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엔리케 산초 아스날 / P89)


이 책의 즐거움은 책의 내용 이외에도 있다. 바로 책 그 자체가 즐거움이다. 유쾌한 디자인이 꽤 많은 양의 자료들을 재미나게 보이도록 구성된 것 같다. 자료에 대한 욕심과 디자인에 대한 욕심이 적절한 조화를 잘 갖추고 있다. 그래서 때론 소설처럼, 사진첩처럼, 백과사전처럼 다양하게 읽을 수 있는 재미가 들어있다. 지은이의 열정이, 그 고집이, 그 삶이, 그의 집을 짓는 것처럼 책을 멋지게 지어놓았다. 참으로 멋진 책이다.

 

 

“…… 나는 편집 테이블에 「모든 걸 다 담을 수 없어!」라고 크게 써붙여 두었고, 지금까지 그 원칙을 고수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자료가 남았고, 이 책만큼 되는 책을 언젠가 또 하나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관점은 집주인 겸 빌더로서의 것이지 건축가나 전문 건축업자의 그것이 아니다. 사실 나는 전문가를 믿지 않는다. (이름자 뒤에 전문직을 나타내는 머리글자를 쓰는 사람들을 믿지 마시길!) 나는 가장 단순한 집짓기 방식을 찾아 곳곳을 다녀보았다. 속도와 경제성과 실용성 등 내 입장과 환경을 고려할 때, 나는 주로 나무를 이용하는 각재 뼈대 구조물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 요즘 짓고 있는 새 주택들을 보면, 특히 샌프란시스코 만 일대의 것들 대부분이 재앙 수준이다. 어쩌면 그렇게 나쁜
건물들이 많을 수 있을까? 더 흥분하면 곤란할 것 같으니……. ”  (에필로그, 에서)